월드컵이 한창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별리그 2차전까지 치른 그때가 정말 월드컵 분위기의 꼭지점을 느낀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따돌려지지 않고 그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우리나라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으니까)  조별리그가 끝나고 16강 쯤에 돌입할 무렵, 월드컵에 대한 나의 관심은 점점 사그라든다.  위의 이유와 마찬가지로, 그것은 어디까지나 남의 나라 잔치일 뿐이기 때문이다 (아예 우리나라가 포함이 안되는 유로대회나 챔스리그 등은 또 그 느낌이 틀리다)

생각해보면, 2002년을 제외하고는 그랬던 것 같다.  2002년에야 우리나라가 4강이라는, 내 생각으로는 아마 다시는 갱신하지 못할 기록을 세우며 (가장 빠른 시간에 이 단정이 틀리길 바란다) 조별리그 / 16강전 / 8강전 / 4강전 / 3, 4위전이라는, 월드컵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대의 경기수 (7경기)를 치뤘다.  월드컵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그 감격과 희열을 유지할 수 있었던 2002년을 제외하고는.

어쨌든, 월드컵의 분위기가 한창이어서인지 TV를 틀면 FIFA 공식 스폰서 업체인 현대자동차를 비롯해서 수많은 업체의 월드컵을 통한 자사 홍보를 접할 수 있다.

이 많고 많은 광고를 보면서 약간은 쓴웃음이 나는 것은 우리나라의 축구사랑은 축구가 축구 자체가 되었을 때보다, 축구가 동북아시아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울타리를 형성해 주었을 때(4년 혹은 2년 주기)라는 생각이 들 때이다.

2010년 6월, 당신의 Reds는 어디있냐며 물어보는 국내 굴지의 한 그룹은 사실 몇년전 "부천SK" (부천 써포터즈인 "헤르메스"들은 이 명칭을 싫어하겠지만)라는 축구팀을 기업 홍보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며 핵심 선수들은 다 팔아버리고 짠돌이 구단 운영을하다가 결국에는 연고지를 제주도로 옮겨버렸다.

국민 남동생 혹은 국민 아들 이승기씨와 국민 여동생 혹은 국민 딸 김연아씨를 캐스팅한 국내 굴지의 한 은행은 K2리그에서의 우승팀을 K리그에 승격시키는 문제에 관해, 유지비에 비해 기업의 홍보에 미치는 효과가 미미하다고 승격을 거부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그렇다고 이 은행만 비난하기는 힘들다.  당시 조건 자체가 우리나라 축구 저변의 규모를 생각해봤을 때 지나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을 불러주면 힘을 얻는다고 말하는 통신업체는 축구 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기업이라는 태생적 의미를 생각한다면 위의 사례들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업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수익 창출이지, 자선사업이 아니니까.  

저 유명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의 프레메라리가, 이탈리아의 세리아-A, 독일의 분데스리가 (한국의 군대스리가는 제외 -_-)를 보면, 기업들이 각 구단에 쏟아붓는 비용은 말 그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1부리그에 살아남기 위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거액의 돈을 들여 스타급 감독을 영입하고,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하고, 축구장을 개선하고 자신들만의 방송국을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축구에 미쳐서도 아니고, 그 나라의 축구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기 위해 혈안이 되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들은 이것이 돈이 되기 때문에 (1부리그 잔류 및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했을 때의 엄청난 광고 수입 및 대전료 및 유니폼 / 티켓 판매 수입 등등) 이렇게 하는 것이다.  결국, 이런 기업들은 축구 발전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들의 이익 창출을 위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이런 환경이 아니다.  위에 예를 들은 기업들처럼, 유지하는 비용을 통해 얻어지는 광고 효과는 차라리 TV에 광고방송을 내보내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다고 해서 몇천억 정도의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각 구단의 유니폼이 날개돋힌듯 판매되지도 않는다.  티켓은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정말로 우리나라의 축구라는 것이 규모를 키울 수 없는 파이인가? 하는 것이다.

인간적으로는 별로이지만 삶의 궤적 자체는 인간승리라고 보여지는 몇 사람이 있는데, 고 정주영 회장이 그런 사람이다.  아무도 안된다는 모래바람속의 건설사업을 성공으로 일으킨 사람.  아무도 안된다는 북한으로의 소몰이(적당한 명칭이 생각나지 않는다)를 이뤄내고야 만 사람.  다른 순수한 의도도 있었겠지만, 결국 고 정주영 회장은 현재의 파이를 먹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파이를 늘려서 더 많이 먹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아무도 안된다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축구라는 파이를 키워서 많이 먹으려고 하는 기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당당하게, 4년에 한번씩 당신의 Reds는 어디에 있냐며 물어볼 수 있는 기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들의 기업이 운영하는 팀이 1부리그에 승격하여 기뻐할 수 있는 기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항상 이름을 불러주며 응원을 해줄 수 있는 기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대책 없는 야밤의 뜬금없는 설을 마친다.
Posted by 강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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